작성일
2020.12.02
작성자
김연아
조회수
9421

[KOICA 프로젝트봉사단 활동수기] 현지에서도, 인터넷에서도

[KOICA 프로젝트봉사단 활동수기]

-현지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아름다웠던 도미니카 공화국-

프로젝트봉사단 4기 최재영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0201202_095616.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07pixel, 세로 105pixel


한국에 돌아온지 7개월이 넘게 지났는데도, 홈스테이 집주인의 애정어린 인사가 귓가를 맴돈다. 현지에서는 홈스테이 집주인을 친근하게 ‘마마(mamá, 엄마)’ 라고 불렀었다. 처음 임지에 파견이 되고 현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누구보다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홈스테이 마마가 챙겨준 도미니카식 아침식사인 삶은 플라타노(Plátano)와 커피를 먹고 활동을 하러 나간다.

I. 내가 상상하던 도미니카 공화국과 실제의 도미니카 공화국
 파견 이전 상상했던 도미니카 공화국의 모습과 실제의 도미니카 공화국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먼저,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파견 이전 국내교육을 통해 정전, 단수가 잦고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현지의 수도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에서 현지적응교육을 받을 때는, 이 문제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가끔 정전은 일어났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생활 환경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코이카 사무소가 있는 수도 번화가 주위에는 영화관, 체인 음식점도 있었다. 또한 백화점, 상점들이 밀집해있는 곳은 지하철로도 편하게 이동이 가능했고, 서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임지에 가니 상황이 정말 달랐다. 내가 파견되었던 지역인 아수아(Azua)의 사바나 예구아(Sabana Yegua) 지역은 정기적으로 오후 12시~ 저녁 6시까지 정전이 일어났고, 내가 살던 홈스테이 집 수도꼭지에서는 파견 기간 중 물이 나온 기간이 1주일이 채 안된다. 그만큼 수도와 임지의 생활 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단원 활동도 생각하던 바와 달랐다. 프로모터(마을의 청소년 리더)와 함께 팀을 이루어 파견기관인 CTC에서 미성년 임신방지를 위한 활동을 한다고 알고 파견을 갔다. 파견 이전에는 CTC에 매일 출근하며, CTC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지에 파견되어보니 단원들에게 자율성이 정말 많이 주어졌다. 단원이 직접 임지에서 활동 대상, 활동 장소, 활동 내용을 모두 프로모터와 함께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이런 체계였기 때문에 나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프로모터와 협업도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로 활동 아이디어를 냈고, 프로모터는 학생 모집과 현지 문화에 맞도록 활동을 각색하는 일을 담당했다. 또 프로모터와 함께 학교, 병원, 시청에 찾아다니며 활동 장소를 확보하고 활동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단원과 프로모터 역량이 모두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활동기관 CTC
홈스테이 가족들


II. 주요 활동
 프로젝트봉사단의 주요 활동은 청소년 리더십, 건전한 청소년 문화 형성, 성생식 보건, 소득증대, 진로지도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성생식 보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현지어로 교육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로 건전한 청소년 문화 형성, 진로지도 위주로 활동을 기획했다. 잘못된 성생식 보건에 대한 지식도 미성년 임신의 원인이지만, 학생들이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없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활동을 마을에 있던 2개의 리세오(Liceo, 고등학교)에서 하였다. 다행히도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프로젝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고, 흔쾌히 수업 시간의 일부를 내어주셨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두 개의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 순조롭게 활동이 진행되었다. 정기적인 수업을 확보한 만큼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프로모터는 청소년들을 위한 8주간의 프로그램인 ‘Jóvenes, Construyan su futuro(미래를 건설하는 청소년들)’를 기획했다. 8주간의 프로그램 중 ‘Proyecto de vida(미래 계획)’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먼저 학생들에게 미래 계획의 의미, 중요성을 물어보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정말로 좋아해서 신나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질문을 하나 하면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들고 의견을 말하려고 한다. 주제에 관한 수업을 마친 뒤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계획을 직접 작성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의사가 되어 가족들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CTC에서 수학을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학생도 있었고, 도미니카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여성 인권 운동가가 되기 위해 단원과 프로모터가 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모든 학생들이 현재 상태 진단, 목표 설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활동지에 작성하였다. 그리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활동지를 본인의 사물함이나 노트에 붙여 계속 보며 자신의 목표를 상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이 활동을 정말로 좋아했고, 활동지를 WhatsApp 상태 메시지에도 공유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마지막으로는 ‘Yo puedo hacerlo, Voy a intentarlo, Todo me va a salir bien(난 할 수 있다, 난 도전할 것이다, 모든 것은 잘 될 것이다)’ 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외치며 수업을 마쳤다.



    
수업을 하는 단원
활동지를 들고 발표하는 청소년


 물론 수업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다. 먼저, 학생들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집중력이 좋지 않다. 이 부분은 프로모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우리나라의 ‘합죽이가 됩시다’처럼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프로모터는 이러한 방법과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을 많이 알고 있었다. 프로모터와 수업을 나누어 진행할 때, 프로모터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 잘 살펴보고 나의 수업에 활용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어 강의를 준비했지만, 이러한 방식은 학생들의 흥미를 전혀 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모터의 수업 방식을 참고해 토론형, 참여형 수업을 많이 진행했다. 또한 도미니카 공화국의 학교는 크리스마스, 부활 주간과 같은 휴일이나 선거 기간에 길게 휴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에는 따로 학생들을 모집하여 교회, CTC, 운동장에서 ‘청소년의 날’, ‘스포츠의 날’ 행사를 열어 활동을 진행했다.
 파견된 임지에서 미성년 임신 방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추억을 많이 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프로모터가 준비한 수업을 기다려주고, 배운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적극적인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 사실 인식을 바꾸는 것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교육 활동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활동을 하다가 지친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힘을 준 사람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청소년들이었다. 서서히 미성년 임신의 문제점도 깨닫고 스스로 관련 포스터를 제작하는 학생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실천해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활동을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에메랄드 빛 카리브해와 야자수가 아름답지만, 저마다 꿈을 가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있기에 더더욱 아름다웠다.

III. 갑작스러운 귀국과 E-Volunteering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급하게 전 세계의 봉사단원이 귀국을 하게 되어서 정말로 아쉬웠다. 사무소에서 비행기 표를 구하는 대로 귀국 날짜가 정해지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재택근무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에 활동도 예전처럼 할 수 없었다. 급하게 귀국을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온 것이 마음 한 켠에 엄청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에서 와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그리워하고 있는 도중, 사무소에서 보낸 E-Volunteering 공지 이메일을 받았고 망설임 없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지에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온 학생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하지만 실제로 E-volunteering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도미니카 공화국과 시차가 13시간이 났기 때문에 야간에 근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프로모터와의 소통도 현지에서처럼 원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모터와 서로의 근무 시간을 존중하여 정기 회의 일정을 정했고, WhatsApp 영상통화나 Zoom을 통해 회의를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원격 활동의 기틀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원격으로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팀원들과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 결과 자기개발, 진로, 성인지에 관한 3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도미니카 공화국 청소년들은 주제 관련 퀴즈,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프로모터가 학생들을 직접 모으고 Zoom을 활용하여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여, 프로모터는 주로 원격 교육 활동을 하였다. 단원은 교육에도 참여했지만, 주로  자료 제작, 과제 점검 및 피드백, SNS 운영을 하였다.
 나는 특히 단원과 프로모터의 소통을 맡아서 단원이 만든 자료를 전달하고, 프로모터가 주는 피드백을 단원들과 공유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단원이 운영하는 SNS 계정의 메신저를 통해 현지인들이 문의를 했을 때, 이를 응대하는 업무를 맡았다. SNS에서 이벤트를 열면 생각보다 이벤트 관련된 질문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답변을 하면서 현지인들의 사업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 참여가 많을지 걱정을 했는데, 이러한 적극적인 관심을 보면서 E-volunteering의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E-volunteering이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각자의 역량이 다른 프로젝트 봉사단원들이 팀을 이루어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팀 내에서도 기획, 디자인, 프로모터 및 사무소 소통으로 업무를 나누어 진행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무소와 사업수행기관의 지원도 잘 이루어졌다. 처음 수행하는 E-volunteering을 단원들이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사무소는 현지 프로모터 관리, 상품 지원, PROSOLI와의 소통, 현지어 감수, 단원 복무 관리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신한대는 성과관리를 위한 설문지 검토, 학습자료 검토, 활동 진행 사항 검토를 하였다. 이렇게 단원-신한대-사무소, 그리고 단원-프로모터가 잘 협업을 하여 E-volunteering의 틀을 잘 구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로모터와의 ZOOM 화상회의
ZOOM 수업 장면


IV. 제 2의 고향 도미니카 공화국
 파견일인 2019년 7월 25일부터 E-Volunteering의 임기가 종료된 10월 30일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을 마음에 품고 살았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나에게 제 2의 고향이 되어 앞으로도 계속 생각나고, 돌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다. 각자 파견되었던 지역에서 프로젝트 봉사단원들은 청소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며 도미니카 공화국 청소년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고, 인식 개선을 통한 미성년 임신 방지에도 기여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현지 청소년들이 미래에 도미니카 공화국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현지에서도, 인터넷상에서도 아름다웠던 도미니카 공화국,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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